삼강. 말만 들어도 마음이 따듯해져오는 내 어릴적 고향을 6년만에 다녀왔다. 사람들에게는 이미 하나의 관광지로 인식이 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마을을 들어서는 순간 사실은 좀 놀랐다. 너무나 많이 변해 있어서 적응이 안될 정도로 ... 6년전에 왔을 때만 해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사시던 집터가 있었고 마을에는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남기고 간 빈집들이 그대로 방치된 체 그야말로 인적 드문 조그만 시골 마을이었다. 좁은 논둑을 따라 강에 들어서면 입자가 너무나 고운 모래들이 보이고 어릴 적에 동무들이랑(7살 정도) 발가벗고 얼마나 많이 강에서 놀았던가. 하루종일 강에서 놀고 있으면 할머니가 데리러 오시곤 했는데.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지만 항상 내 마음속에는 어릴적 삼강에서의 사계가 남아 있었다. 봄이면 마을 뒷산에서 솥뚜껑을 엎어 놓고 진달래 화전을 구어 먹으면서 놀았던 기억, 여름이면 강가에서 발가벗고 노느라 온몸이 새카맣게 탔던 기억, 가을이면 마을에 그렇게도 많았던 감나무에 주황색 감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곶감을 만들어 사랑방 앞에 주렁주렁 달아놓았던 기억, 추수할 때 볏단도 나르고, 겨울이면 호호 손을 불며 무덤가에서 친구들이랑 놀았던 기억.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메마른 도시 생활에 비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삼강은 교통이 불편하여 자주 가지는 못했다. 어릴적 삼강을 나오고 고등학교 3학년 때 10년만에 갔었는데 점촌에서 삼강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없어서 나룻배를 이용해야 했다. 마침 그 때가 겨울이라 강이 얼어서 나룻배가 강너머까지 가지 못하여 동네청년들이 긴 장화를 신고 사람들을 나룻배가 있는 곳까지 업어서 날라주곤 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마을이지만 내마음 한 구석에는 삼강이 나만의 고향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경치가 좋아서 사람들이 강으로 여름 휴가를 오면서부터 언젠가 여기도 문명의 혜택을 받고 조금씩 변해가겠구나 생각을 하면 ...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특히 할머니는 너무나 보고 싶다. 대구에서 살면서도 할아버지가 흙을 날라 지으셨던 동산정(정자)이 가끔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삼강에 자주는 못가지만 갈 때마다 꼭 확인을 한다.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흘러 우리들의 고향이 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이 놀러온다. 사람들은 나룻터가 있는 주막을 보고 막걸리 한잔 하고 가겠지만 사실은 그 안쪽에 있는 강이 훨씬 아름답다. 병산서원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모래가 곱고 강이 얕아서 잔잔하고 깨끗한 수면 아래로 조그마한 피래미들이 돌아다닌다. 세상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고향이 있을 것이고 우리들의 고향(청주 정씨)은 항상 어디에서 살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고산댁손녀
멋진 글이네요.. 정말 삼강만의 정취가 흠뻑 담겨있어요 ^^ 그 안쪽의 강이라 함은,,, 강뚝 타고 올라가다가 끝자락에 있는 곳(어기)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 저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삼강이 그리워 질테죠 .. 너무나 아름다운 고향마을 삼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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